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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랩 피부강의

선크림 덧바르기, SPF 숫자보다 다시 바르는 횟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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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역 1번출구 제로랩 의원 김동원 대표원장입니다.

"SPF 50 바르는데 왜 탔을까요?" 진료실에서 꽤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제품을 바꿔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답은 대개 제품이 아니라 양에 있었습니다. SPF라는 숫자 자체가 특정한 양을 발랐을 때를 전제로 매겨지는데, 실제로 그만큼 바르는 분은 드뭅니다. 오늘은 SPF가 애초에 무엇을 재는 숫자인지부터 시작해서, 양이 모자라면 얼마나 깎이는지, 그리고 왜 한 번에 많이 바르기보다 다시 바르는 쪽이 현실적인지를 연구 근거와 함께 정리해드리겠습니다.

SPF는 무엇을 재는 숫자인가요

먼저 정의부터 짚겠습니다. SPF는 자외선이 얼마나 투과되는지를 직접 잰 값이 아닙니다. 피부가 붉어지는 데 필요한 자외선의 양이 몇 배로 늘어나는가를 잰 값입니다. 차단제를 바른 피부에서 홍반이 생기는 최소 자외선량을, 바르지 않은 피부의 최소 자외선량으로 나눈 비율이죠.

그래서 SPF 30은 "자외선의 97%를 막는다"로 환산되기는 하지만, 그 97%는 30분의 1을 뒤집은 파생값이지 정의 자체가 아닙니다. 그리고 기준이 홍반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홍반을 일으키는 건 주로 UVB라서, SPF는 사실상 UVB 지표입니다. 광노화에 더 깊이 관여하는 UVA는 뒤에서 말씀드릴 PA가 따로 맡습니다[4].

이 정의를 깔아두면 뒤에 나올 이야기가 전부 하나로 이어집니다. "몇 배"라는 숫자는 정해진 양을 발랐을 때의 값이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시험으로 확인된 몇 안 되는 화장품입니다

숫자의 한계를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바르는 것 중에 자외선 차단제만큼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된 제품은 드뭅니다.

55세 미만 성인 903명을 네 군으로 나눠 4.5년간 추적한 무작위 배정 시험이 있습니다. 매일 바르도록 배정된 군은 연구 기간 동안 피부 노화가 측정될 만큼 진행하지 않았고, 본인 판단에 맡긴 군보다 노화 정도가 24% 적었습니다(상대 오즈 0.76, 95% 신뢰구간 0.59~0.98)[5]. 같은 시험에서 베타카로틴 보충제는 노화에 전반적인 영향이 없었습니다.

화장품 중에 이 정도 설계의 시험으로 노화 억제가 확인된 항목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정하자면 어떤 앰플을 쓸지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제대로 쓰는 쪽이 먼저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이 제품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제값대로 쓰지 못하는 지점에 대한 것입니다.

SPF는 '양'을 전제로 붙는 숫자입니다

SPF는 제품을 피부 1제곱센티미터당 2mg 두께로 발랐을 때를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문제는 실제 사용량입니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 실태를 정리한 리뷰에 따르면 일상 조건에서 바르는 양은 대략 0.39~1.0mg 수준으로, 시험 조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1].

같은 리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현재의 표기 방식이 실제 사용 현실을 감안하면 제품의 보호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만들고, 그 결과 소비자가 더 오래 햇빛 아래 있어도 괜찮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1].

도포량에 따른 실효 차단력 차트

고SPF일수록 양이 모자랄 때 더 많이 깎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나옵니다. "양을 좀 덜 발라도 SPF 50이면 SPF 25쯤은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국 세 지역에서 120명을 대상으로 SPF 4, 15, 30, 55 제품을 0.5부터 2.0mg까지 네 단계 두께로 시험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낮은 SPF(4, 15)는 바르는 양과 보호력이 비례 관계였지만, 높은 SPF(30, 55)는 지수 관계를 보였습니다[2]. 쉽게 말해 고SPF 제품일수록 양이 줄었을 때 보호력이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제품 등급양과 보호력의 관계실사용에서 생기는 일
낮은 SPF (4~15)비례에 가까움양이 줄면 그만큼 완만하게 감소
높은 SPF (30~55)지수 관계양이 줄면 기대보다 가파르게 감소

연구진은 소비자가 고SPF 제품에서 오히려 예상보다 더 낮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2]. 숫자가 큰 제품을 골랐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SPF 숫자를 시간으로 바꿔 계산하면 안 됩니다

"SPF 30이면 30배 오래 버틴다"는 계산도 실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상용 자외선 차단제를 실제 사용 조건에서 측정한 연구를 보면, 자외선 지수가 아주 높은 날 SPF 30 제품이 홍반을 일으키는 최소 자외선량을 단 35분 만에 통과시켰습니다. 이론상 몇 시간은 버텨야 할 SPF 50 제품도 자외선 지수 12인 호주 여름 조건에서는 1시간 만에 같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3]. 같은 제품이라도 그날의 자외선 세기에 따라 유효 시간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하루 재도포 타임라인

SPF와 PA는 서로 다른 걸 막습니다

한 가지 더 정리하고 갈 부분이 있습니다. SPF는 홍반, 그러니까 피부가 붉어지고 타는 반응을 기준으로 UVB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반면 UVA 차단은 측정 방식의 표준화가 상대적으로 덜 되어 있어서, 지속형 색소 침착이나 임계 파장 같은 방법이 쓰입니다[4]. 이미 생긴 갈색 반점이 기미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은 갈색 반점이라고 다 기미가 아닙니다에서 다뤘습니다.

UVA는 진피 깊숙이 들어가 광노화와 연결되는 파장대라, 탄력이나 색소가 고민이라면 SPF 숫자만 볼 게 아니라 UVA 표기도 함께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같은 리뷰는 UVB와 UVA를 함께 막는 광범위 차단, 그리고 충분한 양의 규칙적인 도포가 피부암과 광노화 예방에 필수적이라고 정리합니다[4].

SPF와 PA 비교 카드

그래서 저희가 권하는 방식

앞서 인용한 리뷰의 저자들은 "권장량을 다 바르세요"라고 교육하는 대신 훨씬 단순한 전략을 제안합니다. 햇빛에 나가기 전에 바르고, 한 시간 안에 한 번 더 바르는 것입니다[1]. 양을 정확히 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두 번 나눠 발라 총량을 채우는 쪽이 지키기 쉽다는 접근입니다.

언제 다시 바르느냐도 계산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 도포량과 제품이 피부에 남는 정도를 넣어 자외선 노출량을 모사한 연구에서, 햇빛에 나선 뒤 20분쯤에 한 번 더 바르면 두 시간 뒤에 바를 때보다 자외선 노출이 적었습니다(60~85% 수준). 저자들은 나가기 15~30분 전에 바르고, 나간 뒤 15~30분에 다시 바르라고 권고합니다[6].

문제는 이 권고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키장에서 성인 4,837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나가기 전에 발랐다는 사람은 73.2%였지만 다시 발랐다는 사람은 20.4%에 그쳤고, 권고를 전부 지킨 사람은 4.4%였습니다[7]. 바르기 시작하는 것보다 한 번 더 바르는 쪽이 훨씬 어렵다는 뜻입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덧붙이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귀 앞과 목옆, 눈가처럼 손이 덜 가는 곳이 실제로 자주 빠지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기 전에 이미 노출된 시간도 그대로 누적됩니다[1]. 실내에서만 지내는 날과 야외 활동이 긴 날의 기준을 같게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비타민D 걱정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피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정리돼 있습니다. 권장량인 2mg 두께로 발랐을 때는 비타민D 합성이 저해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바르는 수준인 1.5mg 미만 두께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돼 있습니다[4]. 실사용 현실에서는 걱정을 덜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SPF 몇짜리를 써야 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습니다. 제 답은 늘 같습니다. 숫자보다 다시 바르는 횟수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효과가 시험으로 확인된 제품이고, 그 효과는 정해진 양을 발랐을 때의 값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바르는 사람은 드뭅니다. 양을 정확히 재는 일은 잘 지켜지지 않으니, 나가기 전에 한 번, 나간 뒤 이르게 한 번 더가 현실적인 답입니다. 숫자를 올리는 것보다 이쪽이 체감 차이가 큽니다.

바르는 양은 한 번 재보면 감이 잡힙니다. 얼굴 전체에 필요한 양은 생각보다 많고, 그걸 알고 나면 숫자를 고르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제형 이야기는 이 글에 담지 않았습니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의 차이, 스틱·스프레이·쿠션처럼 형태에 따라 실제로 발리는 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분량이 따로 필요해서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자외선이 진피에서 무엇을 무너뜨리는지, 광노화의 구체적인 경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씻어내는 쪽도 같은 원리라, 세안법과 장벽은 따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1] Petersen B, Wulf HC. Application of sunscreen — theory and reality. Photodermatol Photoimmunol Photomed. 2014;30(2-3):96-101. DOI: https://doi.org/10.1111/phpp.12099

[2] Liu W, Wang X, Lai W, et al. Sunburn protection as a function of sunscreen application thickness differs between high and low SPFs. Photodermatol Photoimmunol Photomed. 2012;28(3):120-126. DOI: https://doi.org/10.1111/j.1600-0781.2012.00650.x

[3] Cooray NP, Li E, Konstantinov K, et al. The dynamic behaviour of sunscreens under in-service conditions. J Photochem Photobiol B. 2022;230:112435. DOI: https://doi.org/10.1016/j.jphotobiol.2022.112435

[4] Bens G. Sunscreens. Adv Exp Med Biol. 2014;810:429-463. DOI: https://doi.org/10.1007/978-1-4939-0437-2_25

[5] Hughes MCB, Williams GM, Baker P, Green AC. Sunscreen and prevention of skin aging: a randomized trial. Ann Intern Med. 2013;158(11):781-790. DOI: https://doi.org/10.7326/0003-4819-158-11-201306040-00002

[6] Diffey BL. When should sunscreen be reapplied? J Am Acad Dermatol. 2001;45(6):882-885. DOI: https://doi.org/10.1067/mjd.2001.117385

[7] Buller DB, Andersen PA, Walkosz BJ, et al. Compliance with sunscreen advice in a survey of adults engaged in outdoor winter recreation at high-elevation ski areas. J Am Acad Dermatol. 2012;66(1):63-70. DOI: https://doi.org/10.1016/j.jaad.2010.11.044

위 7편은 PubMed에 등재된 논문입니다. 본문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른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 게시물은 의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로랩의원에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모든 시술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술 여부는 진료를 통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