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랩 피부강의
레티놀 퍼징과 부작용, 참을 것과 멈출 것
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역 1번출구 제로랩 의원 김동원 대표원장입니다.
레티놀을 쓰기 시작하고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와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시는 질문은 대체로 하나로 모입니다. "이거 계속 써도 되는 건가요?" 저도 이 질문에는 한참 여쭤보고 답을 드립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답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속에 있던 것이 올라오는 정상 과정이니 2~4주만 참으라는 설명입니다. 영어권에서 넘어온 '퍼징(purging)'이라는 말이 붙어 있고, 화장품 브랜드 안내나 정보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참으라'는 말에 근거가 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참을지 멈출지를 정하려면 그게 먼저입니다.
"참으면 좋아진다"는 말의 근거를 찾아봤습니다
이 물음을 정면으로 다룬 논문이 있습니다. 제목이 그대로 「국소 레티노이드가 여드름을 '악화'시키는가?」입니다.
연구진은 이 통념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 임상시험 결과들을 훑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국소 레티노이드를 시작해서 여드름이 악화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임상시험 1차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확보된 자료는 치료 첫 1~2주에도 여드름이 개선되는 방향을 가리켰습니다[1].
그러면 실제로 나빠지시는 분들은 어떤 경우일까요. 저자들은 일부 환자에서 처음 1~2주에 악화가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여드름이라는 질환 자체가 원래 오르내리는 흐름일 수 있다고 봅니다[1].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 나빠지는 건 약이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 버텨라"라는 말의 전제가 여기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버티면 좋아진다는 약속이, 생각만큼 단단한 자료 위에 서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정확히 짚어둘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 검토는 여드름 치료 목적의 국소 레티노이드를 대상으로 했고, 화장품으로 쓰는 레티놀은 이보다 자료가 더 적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 나온 검토입니다. 그 이후로 이 물음을 정면으로 다시 다룬 임상시험은 저희가 찾기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실제로 흔한 것은 무엇인가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레티노이드 피부염(retinoid dermatitis)입니다. 건조, 각질, 붉어짐, 따가움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쪽은 문헌에 이름도 있고 숫자도 있습니다.
여드름으로 국소 치료를 처방받은 환자 25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45.6%가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중단 이유는 효과가 없어서가 62.3%, 부작용 때문이 37.7%였습니다[2].
절반 가까이가 끝까지 가지 못합니다. 쓰다 그만두신 분이 유별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눈여겨볼 결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매일 바른 사람보다 격일로 바른 사람에게서 부작용과 중단율이 가장 낮았습니다[2]. 자주 바르는 것이 늘 나은 선택은 아닙니다.
거꾸로, 붉어짐·건조·민감함 같은 반응과 그로 인한 중단은 관리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저자극 세정과 보습, 자외선 차단을 묶은 관리 루틴을 함께 쓴 환자들에서 레티노이드 피부염과 그로 인한 치료 중단이 줄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3]. 다만 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라 근거의 무게는 크지 않습니다. 레티놀을 쓰는 동안 자외선 차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외선 차단제, 숫자보다 다시 바르는 횟수입니다에서 다뤘습니다.
저희가 쓰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수준이면, 중단을 고려합니다.
세수하고 나서 조금 당기고 각질이 이는 정도라면 빈도를 조정하면서 이어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장이 얹히지 않을 만큼 각질이 일어난다거나, 화끈거려 잠을 설친다거나, 붓고 진물이 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건 적응 과정으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기준을 이렇게 잡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부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 레티놀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참으면 나아진다는 약속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데, 그 상태로 괴로움을 감수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면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가는 판단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6~8주는 참는 기간이 아닙니다
이 둘이 자주 섞입니다.
여드름 치료를 정리한 문헌은 국소 치료를 시작할 때 자극을 피하는 방법을 미리 안내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6~8주가 걸린다는 점을 설명하라고 권고합니다[4].
그러니까 6~8주는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이만큼은 봐야 한다"는 뜻이지, "이만큼은 아파도 버텨라"는 뜻이 아닙니다.
두 가지를 나눠서 보시면 됩니다. 2주 쓰고 "효과가 없네" 하고 접는 것은 이릅니다. 반대로 6주 내내 따갑고 화끈거리는데 "8주까지는 참아야지" 하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기간은 효과 쪽에만 적용되는 숫자입니다.
여드름 때문이라면, 레티놀이 필수는 아닙니다
이 부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드름을 다루는 축은 여러 갈래입니다. 국소 치료와 항생제 치료 같은 약물 쪽이 있고, 장비를 쓰는 쪽이 있고, 피부 장벽을 세우는 관리 쪽이 있습니다. 레티노이드는 그중 하나이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아닙니다.
장비 쪽 자료를 보겠습니다. 염증성 여드름 환자 20명에게 1450nm 다이오드 레이저를 3회 시행하고 영상 분석으로 평가한 연구가 있습니다. 포르피린 지표와 붉은 영역 지표가 회차를 거듭하며 개선됐고, 의사가 매기는 전반적 호전 척도도 유의하게 좋아졌습니다. 다만 피지 분비량 자체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습니다[5].
에너지 기반 장비 23편을 모아 본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광역동 치료와 고주파가 피지량을 30~40% 정도 줄였고, 레이저는 그보다 감소폭이 작았으며, 광치료 연구들은 편차가 크고 비뚤림 위험이 높았다고 정리합니다[6].
이 숫자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장비가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근거의 무게로 보면 이쪽이 레티노이드보다 얇습니다. 연구 규모가 작고, 설계가 제각각이고, 지표도 통일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지가 하나뿐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한 가지를 괴롭게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오늘의 요지입니다. 어떤 축으로 갈지는 여드름의 종류와 지금 피부 상태를 보고 정하는 것이지, "일단 레티놀부터 참아보고"로 시작할 문제가 아닙니다.
장벽 쪽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극 완화 성분을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패치 테스트에서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로 구성된 생리적 지질 혼합물은 레티놀이 일으킨 홍반과 염증을 뚜렷하게 줄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나이아신아마이드 3%는 레티놀 자극을 줄이지 못했습니다[7]. "둘을 같이 쓰면 덜 따갑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데, 적어도 이 시험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나쁜 성분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목적으로는 근거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쓰기로 하셨다면
노화 관리 목적으로 레티놀을 쓰시는 분들도 많으시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첫째, 격일부터 시작합니다. 매일 바르는 것보다 부작용과 중단율이 낮았다는 자료가 있고[2], 견딜 만해지면 빈도를 올리면 됩니다. 처음부터 매일 바르고 일주일 만에 접는 것보다 낫습니다.
둘째, 보습제를 같이 씁니다. 세라마이드가 들어간 제품이면 근거가 있는 선택입니다[7]. 레티놀을 바르기 전에 보습제를 얇게 먼저 올리는 방법도 자극을 줄이는 데 씁니다.
셋째, 다른 자극을 겹치지 않습니다. 각질 제거 제품이나 새로운 시술을 적응 기간에 같이 시작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 때문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넷째, 효과 판단은 6~8주로 보되[4], 그 전이라도 일상이 불편하면 멈추고 상의합니다.
다섯째, 임신 중이거나 계획 중이시면 시작하지 않습니다. 상담 시 먼저 여쭙는 항목입니다.
계열이 하나가 아닙니다
레티놀, 레티날, 트레티노인이 전혀 다른 성분처럼 보이지만 한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피부에서 최종적으로 작용하는 형태는 레티노산이고, 레티놀과 레티날은 그 앞 단계입니다. 레티놀은 레티날로, 레티날은 레티노산으로 바뀌면서 작용합니다.
바꿔 말하면 전환 단계가 적을수록 빠르고 자극도 큽니다.
| 성분 | 레티노산까지 | 구분 | 자극 경향 |
|---|---|---|---|
| 레티놀 | 두 단계 | 화장품 | 상대적으로 낮음 |
| 레티날 | 한 단계 | 화장품 | 중간 |
| 트레티노인 | 전환 없이 바로 작용 | 처방 필요 | 가장 큼 |
광노화 치료를 비교한 체계적 문헌고찰을 보면, 트레티노인이 이 분야의 기준 약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내약성이 떨어져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정리합니다. 비교 대상이 된 25편의 연구 중 상당수에서 비교 약제 쪽이 자극이 적고 더 잘 견뎌졌습니다[8].
그래서 "효과가 없다"와 "나에게 과하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앞쪽이면 단계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뒤쪽이면 빈도부터 줄입니다. 자극이 힘들었다고 해서 더 강한 쪽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계열 밖에도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쿠치올과 12주간 비교한 시험에서는 주름과 색소침착 개선에 통계적 차이가 없었는데, 레티놀 사용자 쪽이 각질과 따가움을 더 많이 보고했습니다[9].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짚고 가겠습니다. 평균 87세 고령자 36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진행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레티놀 0.4% 로션을 바른 팔에서 잔주름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됐고(-1.64 대 -0.08), 조직 검사에서 글리코사미노글리칸과 프로콜라겐 I이 함께 증가했습니다[10]. 한국인 23명이 얼굴 한쪽에는 레티날, 반대쪽에는 레티놀을 8주간 바른 연구에서는 양쪽 모두 주름 깊이가 유의하게 개선됐고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11].
효과가 없는 성분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써야 그 효과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45.6%가 중간에 그만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 "퍼징이니 참으라"는 말의 근거는 임상시험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1]
- 흔한 것은 레티노이드 피부염이고, 절반 가까이가 중간에 중단합니다[2]
- 6~8주는 효과를 판단하는 기간이지, 아픈 것을 참는 기간이 아닙니다[4]
- 일상이 불편한 수준이면 멈추고 상의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 여드름이 목적이라면 레티노이드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은 아닙니다
참고 계속 써야 하냐고 많이들 물으십니다. 저는 참으시라는 말씀을 잘 드리지 않습니다. 레티놀은 버티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지금 쓰는 제품의 농도와 바르는 빈도를 적어두시면, 계속 갈지 방향을 바꿀지는 그 자리에서 정리됩니다.
장벽이 이미 약해진 상태라면 세안법부터 손보는 편이 빠릅니다. 그쪽은 따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1] Yentzer BA, McClain RW, Feldman SR. Do topical retinoids cause acne to "flare"? J Drugs Dermatol. 2009;8(9):799-801.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19746671/
[2] Sevimli Dikicier B. Topical treatment of acne vulgaris: efficiency, side effects, and adherence rate. J Int Med Res. 2019;47(7):2987-2992. DOI: https://doi.org/10.1177/0300060519847367
[3] Belmontesi M. Integrating Dermocosmetic Therapy for Acne: Addressing Severity Levels in Real-Life Experiences. J Drugs Dermatol. 2025;24(1):88-94. DOI: https://doi.org/10.36849/JDD.8877
[4] Santer M, Burden-Teh E, Ravenscroft J. Managing acne vulgaris: an update. Drug Ther Bull. 2024;62(1):6-10. DOI: https://doi.org/10.1136/dtb.2023.000051
[5] Chu GY, Huang CC, Shih NH, Hsu CH, Wu CY. The 1450-nm Diode Laser Reduces Redness and Porphyrin Density: An Image-Based, Patient-Oriented Appraisal. J Clin Med. 2023;12(13):4500. DOI: https://doi.org/10.3390/jcm12134500
[6] Jaalouk D, Pulumati A, Algarin YA, Humeda J, Goldberg DJ. The impact of energy-based devices on sebum in acne vulgaris: A systematic review. J Cosmet Dermatol. 2024;23(10):3066-3077. DOI: https://doi.org/10.1111/jocd.16466
[7] Fang Y, Ying Y, Xiaolan W, et al. Mitigation of retinol-induced skin irritation by physiologic lipids: Evidence from patch testing. J Cosmet Dermatol. 2024;23(8):2743-2749. DOI: https://doi.org/10.1111/jocd.16330
[8] Siddiqui Z, Zufall A, Nash M, Rao D, Hirani R, Russo M. Comparing Tretinoin to Other Topical Therapies in the Treatment of Skin Photoaging: A Systematic Review. Am J Clin Dermatol. 2024;25(6):873-890. DOI: https://doi.org/10.1007/s40257-024-00893-w
[9] Dhaliwal S, Rybak I, Ellis SR, et al. Prospective, randomized, double-blind assessment of topical bakuchiol and retinol for facial photoageing. Br J Dermatol. 2019;180(2):289-296. DOI: https://doi.org/10.1111/bjd.16918
[10] Kafi R, Kwak HSR, Schumacher WE, et al. Improvement of naturally aged skin with vitamin A (retinol). Arch Dermatol. 2007;143(5):606-612. DOI: https://doi.org/10.1001/archderm.143.5.606
[11] Kim J, Kim J, Jongudomsombat T, et al. The efficacy and safety of multilamellar vesicle containing retinaldehyde: A double-blinded, randomized, split-face controlled study. J Cosmet Dermatol. 2021;20(9):2874-2879. DOI: https://doi.org/10.1111/jocd.13993
위 문헌은 PubMed에 등재된 논문입니다. 본문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른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 게시물은 의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로랩의원에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모든 시술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술 여부는 진료를 통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