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랩 피부강의
광노화 예방, 피부 노화의 8할은 햇빛이 만듭니다
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역 1번출구 제로랩 의원 김동원 대표원장입니다.
상담이 끝날 때마다 제가 빼놓지 않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차단제 꼭 바르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합니다.
색소 빼러 오신 분께도, 주름이 신경 쓰인다는 분께도, 모공이 넓어졌다는 분께도 합니다. 다 다른 고민으로 오셨는데 마지막에 드리는 말은 늘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 그 소리" 하는 표정을 읽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차단제를 발라야 하느냐. 광노화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부분을 정리하겠습니다. 각각을 어떻게 치료하는지는 빼겠습니다. 그건 항목마다 따로 써뒀습니다. 대신 왜 이걸 막아야 하는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 탓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상담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입니다. 반은 맞습니다.
피부가 늙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시간이고 하나는 햇빛인데, 조직을 들여다보면 둘이 아예 다르게 생겼습니다. 차단제를 얼마나, 얼마나 자주 발라야 하는지는 자외선 차단제, 숫자보다 다시 바르는 횟수입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시간이 만든 노화는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콜라겐이 줄어 진피가 얇아지고, 탄력섬유망이 서서히 풀리고, 수분이 빠집니다. 얇아지고 메말라 갑니다.
광노화는 반대입니다. 뭔가가 쌓입니다.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정리한 리뷰는 광노화의 조직학적 특징을 진피 위쪽과 가운데에 탄력섬유 물질이 대량으로 쌓이는 것으로 봅니다. 일광탄력섬유증이라고 부릅니다[1].
여기서 많이들 헷갈리십니다. 저도 처음 배울 때 그랬습니다. 햇빛을 오래 보면 탄력섬유가 닳아 없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자외선이 엘라스틴 유전자를 켭니다[1]. 더 많이 만들어지는데 쓸모가 없습니다. 얇아져서 문제가 아니라 엉뚱한 게 채워져서 문제입니다.
햇빛에 자외선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직사광선 아래에서 피부 온도는 40도 가까이 올라갑니다. 적외선과 열은 진피에서 혈관을 늘리고 염증세포를 불러들이고,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늘려 피부를 받치고 있는 구조를 헐겁게 만듭니다[2]. 차단제가 막는 건 자외선이고, 이쪽은 그냥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는 한여름에 차단제만 믿지 마시고 모자나 양산을 같이 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얼굴 노화의 8할
30세에서 78세까지 여성 298명을 두 무리로 나눈 연구가 있습니다. 햇빛을 즐겨 쬐는 쪽 157명, 피하는 쪽 141명. 훈련된 평가자 열두 명이 22개 항목으로 얼굴을 채점하고 나이대를 10년씩 끊어 비교했습니다.
자외선이 눈에 보이는 얼굴 노화 징후의 약 80%를 설명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3]. 나머지 20%가 시간과 타고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쓸모 있는 건 80%라는 숫자 때문이 아닙니다. 징후마다 결과가 갈렸습니다.
같은 햇빛인데 나타나는 게 다릅니다
색소가 제일 직접적입니다. 위 연구에서 색소 불균일은 나이대를 어떻게 잘라 봐도 햇빛 쬔 쪽이 더 많았습니다[3]. 기미든 잡티든 자외선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색소가 햇빛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일광흑자를 본 최근 연구가 동아시아 코호트 두 곳(2,964명, 2,954명)과 백인 코호트 하나를 묶어 분석했는데, 텔로머레이스 역전사효소 유전자 변이가 일광흑자와 연관돼 있었습니다[4].
같이 놀러 갔다 왔는데 나만 올라온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억울한 게 맞습니다.
주름과 결은 절반씩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이 둘은 시간과 햇빛 양쪽의 영향을 다 받았습니다[3]. 같은 나이인데 사람마다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처짐은 다릅니다.
늘어짐은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3]. 나이 쪽입니다. 차단제를 아무리 발라도 중력으로 내려오는 건 못 막습니다. 이것까지 막아준다고 하는 곳이 있으면 한 번 걸러 들으시는 게 낫습니다.
그렇다고 탄력이 햇빛과 무관하냐면 그건 아닙니다. 앞에서 본 일광탄력섬유증이 탄력섬유가 변성된 상태고[1], 열과 적외선이 진피를 받치는 구조를 헐겁게 만든다는 것도 사람 피부에서 확인됐습니다[2]. 탄력섬유의 질이 나빠지는 것과 얼굴이 내려앉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모공도 목록에 있습니다. 모공 치료를 정리한 리뷰가 모공 크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이, 성별, 유전과 함께 자외선 노출을 적어뒀습니다[5]. 모공 둘레의 탄력이 떨어지면 동그랗던 게 아래로 늘어진 모양이 됩니다. 피지가 많아서 넓어 보이는 것과는 다른 갈래입니다.
보이는 것만 남는 게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거울에 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광선각화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자외선을 오래 받은 표피에 생기는 거친 각질 병변인데, 만져보면 사포처럼 까끌합니다. 영국 자료에서 성인의 15~23%가 가지고 있고, 악성으로 바뀔 위험은 병변 하나당 1년에 0.5%가 안 되며 20~30%는 저절로 없어지기도 합니다[6].
여기서 중요한 단서를 붙이겠습니다. 방금 숫자는 영국 자료입니다. 피부암 위험은 인종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백인과 흑인 자원자에게 같은 인공 태양광을 쬐고 조직을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백인 피부에서는 DNA 손상, 염증세포 유입, 광노화와 관련된 분해효소 활성화가 모두 나타났는데, 흑인 피부에서는 표피 위쪽의 DNA 손상을 빼면 이런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색소였습니다. 저자들은 이것이 흑인 피부가 일광화상과 광노화, 피부암에 덜 취약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적었습니다[11].
우리 피부는 백인보다 색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방어가 어느 정도는 작동합니다. 서양 자료의 피부암 숫자를 그대로 가져와 겁을 드리는 건 과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피부암은 흔한 암이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는 짚어야 합니다. 하나, 덜 생긴다는 것이 안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까끌한 각질이 오래 남거나 점점 커지면 그건 확인할 대상입니다.
둘, 색소와 주름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 피부는 피부암은 덜 생기는 대신 기미와 잡티가 훨씬 잘 올라옵니다. 색소를 만드는 세포가 더 부지런히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자외선 이야기가 피부암 쪽으로 가는 것과 달리, 저희 진료실에서 자외선 이야기가 늘 색소로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피부암 걱정은 덜 하셔도 됩니다. 대신 색소 걱정은 더 하셔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상도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변이 보이는 것보다 최대 10배 많고, 손상은 한 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까지 비슷하게 변한 세포가 퍼져 있을 수 있습니다. 밭 전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영역 암화라고 부릅니다[7]. 보이는 점 하나를 지워도 밭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색소 하나, 각질 하나 없애는 것보다 노출을 줄이는 쪽이 먼저입니다. 같은 문헌도 환자에게 이 개념을 설명해서 정기적으로 살피게 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7].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미 이십 년 삼십 년 쬐고 왔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냐고들 하십니다. 답이 있습니다.
55세 미만 성인 903명을 네 군으로 나눠 4년 반 따라간 무작위 배정 시험입니다. 매일 차단제를 바르도록 배정된 군은 연구 기간 동안 노화가 측정될 만큼 진행하지 않았고, 본인 판단에 맡긴 군보다 24% 적었습니다[8]. 이미 중년에 들어선 사람들에게서 나온 숫자입니다.
짧은 기간에도 벌어집니다. 여성들 얼굴을 겨울과 여름에 각각 채점한 연구에서, 차단하지 않은 군은 6개월 만에 항목 열 개가 나빠졌습니다. 그중 다섯 개는 채점 척도의 정밀도를 넘어설 만큼 뚜렷했습니다. 매일 바른 군은 그 변화가 덜했습니다[9].
한 계절입니다.
자외선차단제를 정리한 리뷰도 UVB와 UVA를 함께 막는 광범위 차단과 충분한 양의 규칙적인 도포를 피부암·광노화 예방의 필수 조건으로 꼽습니다[10].
쌓인 걸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쌓이는 속도는 바뀝니다. 그것도 어렵거나 비싼 방법이 아닙니다.
상담에서 뭘 보느냐면
색소든 주름이든 모공이든 지금 상태만 보지 않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쌓일 조건인지를 같이 봅니다. 같은 시술을 해도 노출이 계속되면 돌아오는 속도가 다릅니다.
까끌하게 만져지는 각질이 오래 남아 있거나 점점 커지면, 미용 시술 전에 그 자리부터 봅니다. 색소인 줄 알고 지우려던 게 다른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에서 보이는 노화의 대부분은 햇빛이 만듭니다. 색소는 직접, 주름과 결은 시간과 반반, 탄력섬유는 변성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모공도 거기 들어 있고, 그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손상이 더 넓게 깔려 있습니다.
어떤 시술이 제일 효과가 좋으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습니다. 저는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치료는 항목마다 다르지만 막는 방법은 하나로 겹치고, 그 하나를 놓으시면 무엇을 해도 돌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시술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를 먼저 드립니다.
차단제를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 갈색 반점을 어떻게 가리는지, 모공은 왜 한 번에 안 끝나는지는 각각 따로 썼습니다. 차단제 제형 차이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참고문헌
[1] Uitto J. The role of elastin and collagen in cutaneous aging: intrinsic aging versus photoexposure. J Drugs Dermatol. 2008;7(2 Suppl):s12-16. PMID: 18404866
[2] Cho S, Shin MH, Kim YK, et al. Effects of infrared radiation and heat on human skin aging in vivo. J Investig Dermatol Symp Proc. 2009;14(1):15-19. DOI: https://doi.org/10.1038/jidsymp.2009.7
[3] Flament F, Bazin R, Laquieze S, et al. Effect of the sun on visible clinical signs of aging in Caucasian skin. Clin Cosmet Investig Dermatol. 2013;6:221-232. DOI: https://doi.org/10.2147/CCID.S44686
[4] Peng Q, Liu Y, Huels A, et al. Genetic variants in telomerase reverse transcriptase contribute to solar lentigines. J Invest Dermatol. 2023;143(6):1062-1072. DOI: https://doi.org/10.1016/j.jid.2022.11.016
[5] Parvar SY, Amani M, Shafiei M, et al. The efficacy and adverse effects of treatment options for facial pores: a review article. J Cosmet Dermatol. 2023;22(3):763-775. DOI: https://doi.org/10.1111/jocd.15502
[6] Salmon N, Tidman MJ. Managing actinic keratosis in primary care. Practitioner. 2016;260(1797):25-29. PMID: 29016090
[7] Filosa A, Filosa G. Actinic keratosis and squamous cell carcinoma: clinical and pathological features. G Ital Dermatol Venereol. 2015;150(4):379-384. PMID: 26099352
[8] Hughes MCB, Williams GM, Baker P, Green AC. Sunscreen and prevention of skin aging: a randomized trial. Ann Intern Med. 2013;158(11):781-790. DOI: https://doi.org/10.7326/0003-4819-158-11-201306040-00002
[9] Flament F, Gautier B, Benize AM, et al. Seasonally-induced alterations of some facial signs in Caucasian women and their changes induced by a daily application of a photo-protective product. Int J Cosmet Sci. 2017;39(6):664-675. DOI: https://doi.org/10.1111/ics.12427
[10] Bens G. Sunscreens. Adv Exp Med Biol. 2014;810:429-463. DOI: https://doi.org/10.1007/978-1-4939-0437-2_25
[11] Rijken F, Bruijnzeel PLB, van Weelden H, Kiekens RCM. Responses of black and white skin to solar-simulating radiation: differences in DNA photodamage, infiltrating neutrophils, proteolytic enzymes induced, keratinocyte activation, and IL-10 expression. J Invest Dermatol. 2004;122(6):1448-55. DOI: https://doi.org/10.1111/j.0022-202X.2004.22609.x
위 11편은 PubMed에 등재된 논문입니다. 본문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른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 게시물은 의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로랩의원에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모든 시술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술 여부는 진료를 통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