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랩 피부강의
속건조 피부(수부지), 기름진데 왜 당길까요
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역 1번출구 제로랩 의원 김동원 대표원장입니다.
"속건조"라는 말을 상담 시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꺼내시는 분들이 가리키는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분은 세안하고 나서 당기는 것을 말씀하시고, 어떤 분은 번들거리는데 각질이 일어나는 것을, 어떤 분은 화장이 들뜨는 것을, 어떤 분은 속이 따갑고 예민한 것을 말씀하십니다. 같은 단어인데 가리키는 데가 다릅니다.
애초에 정의가 없는 말이라 그렇습니다. 속건조는 의학 진단명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만큼 널리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부를 이름이 없어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저는 봅니다.
가장 자주 듣는 형태는 이것입니다. "저는 지성인데 속은 당겨요." 이마와 코는 점심때만 되면 번들거리는데, 세수하고 나면 뻣뻣하고 화장은 들뜹니다. 유분을 잡는 제품을 쓰면 더 당기고, 보습을 올리면 더 번들거립니다. 모순처럼 들리는데, 재보면 모순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끝까지 파보려고 합니다. 피부를 재는 지표를 나눠 놓고 보면 의외로 선명해집니다. 씻는 단계에서 이미 수분을 뺏기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쪽은 올바른 세안법, 제대로 씻고 계신가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속건조는 진단명이 아닙니다
정의가 없는 말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가리키는 상태는 재보면 분명해집니다.
피부를 재는 지표는 크게 셋입니다.
| 지표 | 무엇을 재나 | 속건조에서 흔한 값 |
|---|---|---|
| 피지량 | 피부 표면에 나온 기름의 양 | 보통이거나 많음 |
| 각질층 수분량 | 각질층이 머금고 있는 물의 양 | 낮음 |
| 경피수분손실(TEWL) | 피부 밖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 | 높음 |
즉 기름은 나오는데 물은 모자라고, 그나마도 새고 있는 상태입니다. 표면만 보면 지성으로 보이고, 본인은 당김을 느낍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세 지표 중에 본인이 거울로 확인할 수 있는 건 피지량 하나뿐입니다. 번들거림은 눈에 보이고 손에 묻습니다. 반면 각질층 수분량과 경피수분손실은 기기로 재야 알 수 있고, 겉으로는 당김·각질·화장 들뜸 같은 간접 신호로만 드러납니다.
그래서 "나는 지성"이라는 판단이 눈에 보이는 한 축만 보고 내려지기 쉽습니다. 관리 방향도 그 한 축을 따라갑니다. 속건조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두 축이 따로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유분과 수분은 실제로 따로 움직입니다
이게 말장난이 아니라는 걸 숫자로 보겠습니다.
중국 산시성에서 481명의 얼굴 피부 지표 14가지를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성별 비교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피지량이 많았는데, 각질층 수분량은 오히려 낮고 경피수분손실은 높았습니다[1]. 기름이 많은 쪽이 수분도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계절을 따라가 본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여성 72명의 뺨을 사계절에 걸쳐 측정한 연구에서, 각질층 수분량과 피지량은 여름에 가장 높고 겨울에 가장 낮았던 반면, 경피수분손실은 반대로 겨울에 가장 높았습니다[2]. 그리고 같은 연구에서 경피수분손실은 색소·홍반 지표와 어떤 계절에도 상관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표마다 따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부위별로도 갈립니다. 일본에서 마스크 착용 전후를 본 연구에서는 여름에 뺨이 입 주위보다 수분과 피지가 모두 높았고, 겨울에는 뺨의 경피수분손실이 올라가면서 그 값이 각질 일어남 정도와 양의 상관을 보였습니다[3].
정리하면, 얼굴 한 장 안에서도 부위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릅니다. "나는 지성"이라는 한 문장으로 관리 방침을 정하면 어긋나는 구간이 생깁니다.
겨울에 심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겨울마다 심해진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내 환경이 생각보다 빠르게 영향을 줍니다.
한국에서 겨울철 난방 실내에 6시간 노출시킨 뒤 얼굴과 팔의 지표를 잰 무작위 연구가 있습니다. 6시간만에 피부 온도·모공·거칠기·홍조·주름 수치가 유의하게 올라갔고, 팔에서는 경피수분손실이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세라마이드가 든 크림을 바른 쪽은 탄력·모공·결·주름이 바르지 않은 쪽보다 나았습니다[4].
흥미로운 부분은 얼굴에서는 팔만큼 경피수분손실이 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피지 분비가 얼굴에서 일종의 방어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얼굴이 팔보다 덜 건조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동시에 얼굴에서는 속건조를 늦게 알아차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촉촉해졌다"와 "장벽이 회복됐다"는 다릅니다
여기가 오늘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성인 58명을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연구에서, 한쪽 팔에는 생리적 지질이 든 제형을, 반대쪽에는 흔히 처방되는 글리세린 기반 제형을 28일간 발랐습니다. 결과가 갈렸습니다.
생리적 지질 쪽은 테이프로 각질을 20번 벗겨낸 뒤 측정한 경피수분손실이 38.02에서 29.79로 유의하게 개선됐고, 자극 물질에 대한 반응도 줄었습니다. 반면 글리세린 쪽은 같은 지표가 35.6에서 37.4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글리세린 제형은 건조함은 줄였지만 장벽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5].
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바르고 나서 촉촉한 느낌이 드는 것과, 피부가 물을 덜 잃게 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속건조가 반복된다면 앞쪽만 채우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같이 봅니다
보습을 "물을 채우는 일"로만 보면 반쪽입니다. 저희는 두 축으로 나눠 말씀드립니다.
① 채우는 쪽 — 각질층이 물을 붙잡게 하는 성분
각질층에는 자연보습인자(NMF)라고 부르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아미노산, 요소, 젖산, PCA, 전해질 같은 물을 끌어당기는 물질들이고, 각질층의 수분 함량을 조절합니다. 최근 검토는 세라마이드에만 초점을 맞추던 관점에서 나아가 이 자연보습인자들이 보습에 똑같이 중요하다고 정리합니다[6].
② 붙잡는 쪽 — 장벽 지질을 다시 채우는 성분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생리적 지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앞의 연구에서 장벽 지표를 실제로 움직인 쪽입니다[5]. 마스크 연구에서도 세라마이드 조성 비율이 경피수분손실과 음의 상관을 보였습니다[3].
두 축 모두 필요합니다. 물을 끌어오는 성분만 있고 가둬두는 층이 부실하면 잠깐 촉촉했다가 다시 빠집니다. 반대로 기름진 제형만 두껍게 올리면 번들거리는데 속은 그대로입니다. 속건조에서 흔히 겪는 게 정확히 이 두 가지입니다.
그럼 무엇을 고르면 되나요
성분 이야기가 나왔으니 제품 쪽도 가볍게 짚고 가겠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보습제는 작용 방식으로 나누면 크게 셋입니다. 물을 끌어오는 것(습윤제), 표면의 틈을 메워 부드럽게 하는 것(연화제), 덮어서 물이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폐색제)입니다[7]. 시중에 파는 제품은 대개 이 셋이 섞여 있고, 비율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보습제를 바꿨는데 그대로예요"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제형은 바꿨는데 비율은 비슷한 걸 고르신 경우입니다. 장벽 회복을 다룬 최근 검토도 같은 지점을 짚습니다. 보습제마다 효과가 다른 이유는 조성이 다르기 때문이고, 각질층의 지질 라멜라 구조를 닮게 설계한 제형이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 도움이 된다고 정리합니다[8].
실제로 고르실 때는 이 정도만 보셔도 됩니다.
하나. 물을 끌어오는 성분만 든 것을 단독으로 쓰지 않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그것만으로는 장벽 지표가 움직이지 않습니다[5]. 위를 덮어주는 단계가 있어야 합니다.
둘. 번들거리는 게 싫어 폐색을 빼면 채운 물이 그대로 빠집니다. 지성이라면 두꺼운 제형 대신 가벼운 제형으로 얇게 가되, 덮는 단계를 빼지는 않는 쪽이 낫습니다. 다만 폐색이 과하면 모낭염이 생길 수 있어서[7], 여드름이 올라와 있는 분은 두께부터 줄입니다.
셋. 씻고 나서 오래 두지 않습니다. 물기가 마른 뒤에 바르면 이미 빠져나간 뒤입니다.
넷. 성분표보다 며칠 써본 뒤의 반응이 정확합니다. 당김이 줄었는지, 화장 들뜸이 줄었는지를 보십시오. 바른 직후의 촉촉한 느낌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별개의 지표입니다.
지성이라도 보습을 빼면 안 되는 이유
여드름이 있거나 피지가 많은 분들 중에 보습을 일부러 건너뛰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름진데 뭘 더 바르냐는 것이죠. 이해는 가지만 방향이 어긋나 있습니다.
앞서 본 연구들이 말하는 것은 피지량이 많다고 각질층 수분량이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1][2]. 피지는 표면을 덮는 기름이고, 각질층이 물을 붙잡는 일은 자연보습인자와 장벽 지질이 합니다[6]. 역할이 다릅니다.
그리고 장벽이 얇아진 상태에서는 같은 자극에 더 예민해집니다. 앞의 이중맹검 연구에서 생리적 지질 제형을 쓴 쪽은 장벽 지표가 좋아지면서 자극 물질에 대한 반응과 홍조도 함께 줄었습니다[5]. 뒤집어 말하면 장벽이 무너져 있을 때는 평소 쓰던 제품에도 따갑거나 붉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드름 치료나 레티노이드를 쓰는 중이라면 이 부분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쪽은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더 중요합니다
이건 병원 입장에서 특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레이저나 필링처럼 피부에 자극을 주는 시술은 시작 시점의 장벽 상태에 따라 경과가 달라집니다. 장벽이 이미 헐거운 상태에서 자극이 들어가면, 같은 강도라도 붉은 기가 오래 가고 각질이 심하게 일어납니다. 회복이 늦어지면 그 자리에 색소가 남을 여지도 커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색소나 모공 시술 계획을 잡을 때, 당김이나 각질이 심한 분이라면 보습부터 몇 주 정리하고 시작하는 쪽을 권해드리는 편입니다. 시술을 미루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시술로 얻는 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의 연구에서 장벽이 회복된 쪽이 자극에 덜 민감해졌다는 결과[5]가 이 판단의 근거입니다. 겨울철 실내에 6시간만 있어도 지표가 움직인다는 것[4]도 같이 생각하면, 시술 전후 몇 주는 환경까지 포함해서 봐야 합니다.
이런 습관이 속건조를 키웁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패턴들입니다.
- 번들거린다고 하루에 여러 번 씻는 것. 지질이 씻겨나가면 수분은 더 빨리 빠집니다
- 유분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만 겹쳐 쓰는 것
- 각질이 일어난다고 물리적 스크럽을 자주 하는 것
- 수분 제품만 바르고 그 위를 덮지 않는 것
- 겨울에 난방만 올리고 습도는 손대지 않는 것
세안 자체를 어떻게 할지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확인하는 것
속건조로 오시면 아래를 여쭙습니다. 미리 정리해오시면 훨씬 빠릅니다.
1) 당김이 세안 직후에만인지, 하루 종일인지
2) 번들거리는 부위와 당기는 부위가 같은지 다른지
3) 계절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심해지는지
4) 지금 쓰는 제품의 순서와 개수
5) 각질 제거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6) 실내에 오래 있는 시간과 난방·냉방 환경
지성인지 건성인지 하나로 정해달라고들 하십니다. 그렇게 하나로 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지표가 따로 움직이는 만큼 관리도 한 방향으로만 가면 어긋납니다. 유분을 덜어내는 쪽과 수분을 붙드는 쪽 중 어디가 모자란지, 위 여섯 가지를 적어보시면 대체로 드러납니다.
염증이 겹치면 또 다른 문제라, 여드름과 색소는 따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1] Huang F, Wang X, Zhang M, et al. Correlating facial skin parameters with age and gender in population of Shaanxi Province, China. J Cosmet Dermatol. 2024;23(4):1386-1395. DOI: https://doi.org/10.1111/jocd.16113
[2] Yang J, Tu Y, Man MQ, et al. Seasonal variations of epidermal biophysical properties in Kunming, China: A self-controlled cohort study. Skin Res Technol. 2020;26(5):702-707. DOI: https://doi.org/10.1111/srt.12857
[3] Nakamura T, Yoshida H, Haneoka M, Nakamura S, Takahashi Y. Season- and facial site-specific skin changes due to long-term mask wearing during the COVID-19 pandemic. Skin Res Technol. 2022;28(5):749-758. DOI: https://doi.org/10.1111/srt.13196
[4] Park EH, Jo DJ, Jeon HW, Na SJ. Effects of winter indoor environment on the skin: Unveiling skin condition changes in Korea. Skin Res Technol. 2023;29(6):e13397. DOI: https://doi.org/10.1111/srt.13397
[5] Andrew PV, Williams SF, Brown K, et al. Topical supplementation with physiological lipids rebalances the stratum corneum ceramide profile and strengthens skin barrier function in adults predisposed to atopic dermatitis. Br J Dermatol. 2025;193(4):729-740. DOI: https://doi.org/10.1093/bjd/ljaf200
[6] Baldwin H, Del Rosso J. Going Beyond Ceramides in Moisturizers: The Role of Natural Moisturizing Factors. J Drugs Dermatol. 2024;23(6):466-471. DOI: https://doi.org/10.36849/JDD.8358
[7] Lynde CW. Moisturizers: what they are and how they work. Skin Therapy Lett. 2001;6(13):3-5.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11813097/
[8] Madnani N, Deo J, Dalal K, et al. Revitalizing the skin: Exploring the role of barrier repair moisturizers. J Cosmet Dermatol. 2024;23(5):1533-1540. DOI: https://doi.org/10.1111/jocd.16171
위 8편은 PubMed에 등재된 논문입니다. 본문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 게시물은 의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로랩의원에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모든 시술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술 여부는 진료를 통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